학생·학부모 불안큰 틀서 진로 정하고 과목 선택해야

“1학기는 주요 과목 등급 확보 중요수행평가·발표 등도 신경 써야

학생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완전히 새로운 교육제도인 고교학점제가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도입됐다.

참고할만한 선례가 없는 고1 학생과 학부모로선 당장 시간표를 어떻게 짜야할지부터가 고민거리다.

일단 1학년은 공통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선택과목 수강은 2학년부터 이뤄지지만, 이르면 5월부터 수강신청이 시작되는 만큼 큰 틀에서 미리 계획을 짜놓을 필요가 있다.

시간표 어떻게 짤까선례 없다불안감 속 사교육 기웃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첫 단추는 ‘시간표’다.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고교 내신 등급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어들고, 현 고1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은 공통사회·통합과학 등 통합형으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시간표를 구성해 이수한다면 입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선 학교는 진로진학상담교사, 각 교과교사 등으로 ‘교육과정이수지도팀’을 구성해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추가적인 진로·학업 설계와 관련한 상담을 받고 싶은 학생에게는 현직 고교 교사로 구성된 ‘진로·학업 설계 지원단’에서 보다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한다.

학교당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많지 않은 탓에 모든 학생이 만족할 만한 상담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불안해진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연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교학점제 컨설팅 학원까지 등장했다.

경기지역의 고1 학부모는 “과목을 선택하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대치동의 한 학원은 1년에 600만원이 넘고, 경기에서도 한 달에 40만원씩 1년 계약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아이가 시간표 설정을 전혀 못 한 상황이라 컨설팅을 들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 고1 학부모는 “아이가 벌써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어떤 진로로 가야 할지 모르는데 내년에 들을 과목을 미리 선택하라고 하니 굉장히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김희정 교사노조연맹 고교학점제TF 팀장은 “진로상담교사는 각 학년에 한 명 안팎이고, 이들이 모든 학생의 진로를 상담해주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내신 주력전공 맞는 과목 선택·공동교육과정 활용 추천

입시 전문가들은 당장은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너무 고민하기보다는 우선 내신에서 최선의 등급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1 때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 등 수능과 연계된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이때 성적 산출방식은 상대평가(5등급제)가 적용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1 때는 고교학점제에 맞춰서 학업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주요 과목의 등급 확보가 최우선시돼야 한다”며 “등급을 잘 받아놓고, 그중 흥미가 더 가는 과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추후 과정과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 학교는 이르면 5월부터 고2 선택과목에 대한 수요 조사에 들어가 수강신청을 거쳐 12월께 2학년 시간표를 확정한다.

선택과목은 크게 일반선택·진로선택·융합선택 등 세 가지 영역이 있다. 자기 진로를 큰 틀에서 정해두고 이에 맞게 시간표를 설계해두면 추후 입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 대표는 “각 전공에서 권장하는 핵심 과목이 있을 것”이라며 “대학별 세부 입시요강은 2학년 4월 말이 돼서야 나오긴 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미리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잘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학생이 소속 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없을 경우 다른 학교나 대학, 온라인학교 등에서 제공하는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수업받을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에서는 공부하는 데 필요한 과목을 다양하게 이수할 것을 권장한다”며 “대학은 학생이 처한 상황도 고려하겠지만 추가적인 노력도 기대하므로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의 핵심이 자신의 진로·적성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보는 것인 만큼 생기부 비교과 영역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박성철 유웨이 대치센터장은 “1학기에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충실히 공부하되 수행평가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며 “수업 태도, 공동체성 강화, 자기주도 학습, 보고서·발표 기획 등도 잘 할 수 있도록 두루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혜림, 고상민 기자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