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했던 지난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자연계열의 자퇴 등 중도탈락생이 1337명으로 전년보다 136명밖에 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40개 의대의 중도탈락생은 199명에서 389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의대 쏠림이 심해지면서 아무리SKY자연계열이라고 해도 의대보다 합격점수가 낮아져 여기서 의대에 가기 위해 N수(대학입시에 2번 이상 도전하는 것)를 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지 않고, 지방 의대에서 수도권 의대로 갈아타는 경우가 더 많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10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2022~2024학년도 자연계열 중도탈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도탈락생은 1337명이었다. 2023학년도(1201명)와 136명 차이였다. 지난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하며SKY자연계열 재학생 중 상당수가 의대 N수에 뛰어들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자퇴 등으로 이어진 경우는 그렇게 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학년도 중도탈락생이 2022학년도(1263명)보다 줄어 이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지난해는 다시 늘긴 했어도 2022학년도와 비교하면 74명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중도탈락에는 미등록과 제적도 포함되지만 대부분 자퇴가 많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2023학년도 267명에서 2024학년도 299명으로 32명 증가했고, 고려대는 513명에서 580명, 연세대는 421명에서 458명으로 증가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3월 설립된 첨단융합학부가 정원(229명)의 10%인 24명이 중도탈락했고, 화학생물공학부도 24명으로 많았다. 고려대는 중도탈락생이 많은 순서대로 전기전자공학부 65명, 생명공학부 60명 순이고 연세대는 공학계열 155명, 생명시스템계열 32명 등이었다.

입시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의대 쏠림으로SKY자연계열의 입학점수가 의대보다 낮아져 N수로 의대에 재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을 기준으로SKY자연계열 학과 115개 중 의대 최저 합격점수보다 낮은 곳은 68개로 60%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22학년도 30%, 2023학년도 53%로 점점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같았으면SKY자연계열에 합격하지 못했을 학생들이 들어가니 중도탈락생도 대부분 학업에 적응 못해서가 이유인 경우가 많다. 서울대 한 교수는 “의대 (N수) 때문에 나가는 게 아니고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라며 “공대는 응용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을 못 당하고 어려워한다”고 했다. 중도탈락생으로 인한 결원을 편입으로 채우면 또 학력 격차가 심해져 문제라고 한다.

결국 의대 쏠림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자연계열 자체를 택하지 않으며 이공계가 위기를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한 교수는 “의대는 어렵게 들어가도 신분이 확실히 보장되고 페이닥터하거나 기피과로 가도 이공계에서 박사학위 한 사람보다 훨씬 월급을 더 받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의 역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며 “특정 분야 대상의 원포인트 개혁보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폭넓게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 김민지 기자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