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정시모집 톺아보기
목표 대학·학과의 입시 결과 토대로 전략 세워야
지난 4월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정시 모집에서 4년제 대학들이 선발하는 모집 인원은 6만9453명이다. 이는 전체 모집 정원 34만934명의 20.4%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달 뒤인 5월 교육부가 의과대학, 보건 분야 학과의 모집 인원 증원 등을 발표함에 따라 실제 모집 인원이 증가해 그 어느 해보다 변수가 많다. 따라서 올해 정시의 주요 특징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꼼꼼하게 점검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에게 정시 모집 변수와 주의사항 등을 들었다. 정시 모집 원서 접수는 12월31일부터 1월3일까지 대학별로 3일 이상 진행한다.
의대 증원과 N수생 증가
의대는 입시의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의대 증원 여파로 수능에 응시한 N수생이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 올해 의대 정시 선발인원은 정원 내 기준 지난해보다 331명이 증가해 총 1475명이다. 전형별로는 일반전형이 1111명으로 192명, 지역인재전형이 364명으로 139명 증가했다.
우연철 소장은 “의대 증원 대부분이 지역권역 대학들이어서 지방권역 의대 합격선과 지역인재전형의 입결이 예년에 비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의대 증원에 따라 치의예, 한의예, 약학 등 다른 메디컬 계열에서 의대로, 최상위권 이공계열에서 메디컬 계열 등으로의 상향 지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성룡 소장은 “정시 모집은 눈치작전이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해 과년도 지원 경쟁률과 합격자 성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입시업체들이 공개하는 예상 추이 등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입시업체별로 지원 가능 예상 점수에 차이가 있으므로 한 업체의 점수만을 의존하지 말고 두세 곳 이상의 점수를 확인하고 지원 가능 여부를 가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무전공(전공자율선택제) 확대
무전공 확대 시행은 대학의 선발 방식에 따라 대학별 지원율, 지원패턴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면서 기존 일반학과의 선발인원은 대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대의 경우, 올해 정시에서 1344명을 선발하는데 이 중 무전공 선발이 728명에 달해 절반을 넘는다. 이에 따라 기존 학과들의 선발인원이 크게 감소했다.
우연철 소장은 “선발인원이 많은 자유전공에서는 합격에 대한 기대심리로 지원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선발인원이 많기 때문에 정량적인 경쟁률은 전년도에 비해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선발인원이 크게 감소한 기존 학과들의 경우, 수치화된 경쟁률은 높을 수 있으나 지원자는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군 상위권 대학 선발 증가
올해 정시 특징 중 하나는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권 대학 다수가 다군 선발에 새롭게 진입했다는 것이다. 상위 15개 대학 중 지난해 다군 선발을 실시한 대학은 건국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5개 대학뿐이었지만, 올해에는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가 다군 선발에 합류하고, 성균관대도 다군 선발 모집단위를 늘려 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우연철 소장은 “‘가군 연세대 + 나군 서울대 + 다군 고려대’와 같은 조합이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원 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다군의 경우 추가 합격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를 고려해 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국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도 올해 다군 선발을 신설했다. 이들 대학과 비슷한 선호도를 보이는 대학들 간에도 지원 양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규로 진입한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이 많아 지원자가 많고, 상향 지원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연철 소장은 “건국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 기존에도 다군에서 선발했던 대학의 모집단위들은 경쟁률 및 충원율, 입시결과 등에서 하락이 예상된다”며 “다만, 성균관대의 경우 다군에서 탐구를 1과목만 반영하기 때문에 다군 선발 대학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응시 지정 영역 폐지 및 가산점
수능에서 수학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1개를, 탐구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17개 과목 중 2개를 자유롭게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2024학년도까지는 많은 대학이 자연계열 지원자들에게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에서는 ‘과학탐구’ 응시를 요구했기 때문에 인문계열 지원자는 ‘확률과 통계-사회탐구’ 조합을, 자연계열 지원자는 ‘미적분/기하-과학탐구’ 조합으로 응시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2025학년도에서는 자연계열에서의 수능 응시 지정 과목을 폐지하는 대학이 늘었다.
김병진 소장은 “건국대(서울), 경희대, 고려대(서울),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죽전), 동국대(서울), 서울과기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서울),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항공대, 한양대(서울/ERICA) 등 수도권 주요 대학 중 20개 대학이 수능 응시 지정 과목을 폐지했다”며 “대신 인문계열 지원자에게는 사탐 가산점을, 자연계열 지원자에게는 과탐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이 증가했으며, 수학 가산점이 있는 대학도 있으므로 가산점 부여 조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서 접수시 주의할 점
정시 지원에서 검토해야 할 핵심은 목표 대학·학과의 합격선, 경쟁률, 추가합격 순위 등 예년 입시 결과다. 이를 통해 목표 대학·학과의 지원 경향 및 합격 여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 결과 자료는 대학별 입학처 누리집 또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디가’에서는 ‘최종등록자의 평균백분위 70% cut’을 공개하는데, 전년도 입시 결과를 1년치만 참고하기보다 최근 3개년 정도의 결과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치우 소장은 “목표 대학과 합격 가능성을 기준으로 적정 지원 군 1곳을 먼저 선택한 뒤 적정 지원 군, 도전 지원 군을 차례로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며 “가군과 나군에 중상위권 대학과 모집 인원이 집중돼 있으므로 주요 대학 합격을 노린다면 가군과 나군 중 한 곳은 안정 또는 적정 지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기자
출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