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부터 일반·진로·융합 ‘선택과목‘ …기후변화 등 이색과목 ‘학습권 보장‘
옆 학교·대학에서도 온·오프라인 수업…공강시간 활용 학생부 기재 가능
학점제 도입은 수업 방식은 물론 성적 평가와 졸업에 이르기까지 교실 현장의 대변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올해 고교 신입생들은 당장 5월부터 선택과목 정보 탐색에 돌입해 2학기가 되면 2학년 때 수강할 선택과목들을 직접 골라야 한다.
제도 시행에 맞춰 내신평가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는 만큼 대학 입시를 위해서라도 고교학점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대학처럼 수강신청’ 192학점 따야 졸업…미달 시 학교가 ‘백업’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올해 신입생부터는 졸업하려면 3년간 공통 이수 과목 48학점을 포함해 총 192학점을 따야 한다.
과목별 ‘출석률 3분의 2 이상’과 ‘학업 성취율 40% 이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이수가 인정된다.
이 기준에 못 미쳤다고 반드시 졸업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대면 지도(방과후·방학중)를 비롯해 예방·보충 지도, 온라인 콘텐츠 제공, 보충 과제 부여 등 별도 지도를 통해 ‘미달 학생’의 과목 이수를 돕게 된다. 이는 교육 당국이 마련한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에 따른 것이다.
일단 1학년은 공통국어, 공통수학, 공통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공통과목 위주의 수업을 듣게 된다. 졸업에 필요한 192학점 가운데 공통과목은 총 48점으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수업이다.
실질적인 고교학점제 시행은 올해 신입생이 2학년이 되는 내년부터다. 이때부터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일반·진로·융합)을 골라 들어야 한다.
일반선택과목은 화법과 언어·독서와 작문·문학(국어), 미적분Ⅰ·확률과 통계(수학), 세계사·사회와 문화(사회) 등 다수가 기존 수능 출제 과목이다.
진로선택과목은 주제탐구 독서·문학과 영상(국어), 기하·미적분Ⅱ·경제수학(수학), 영미문학읽기·영어발표와 토론(영어), 생물의 유전·세포와 물질대사(과학) 등으로 보다 다채롭다.
융합선택과목은 매체 의사소통(국어), 실용통계(수학), 실생활 영어회화(영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사회) 등으로 교과 내, 교과 간 주제 융합 성격이 짙다.
1학년은 2학기가 되면 세 차례에 걸쳐 과목 수요조사 과정을 거친 후 2학년 때 들을 선택과목을 결정하게 된다. 대학과 같은 수강신청 방식이다.
선택과목 수업을 듣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목을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바꾸려는 과목의 수강 인원이 너무 적거나 많을 경우, 수강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 등에는 제한이 따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정적 학사 운영을 위해 각 학교는 과목 변경 기준과 가능 시기 등이 담긴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신 성적이 대입 입시와 직결된 만큼 과목 선택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는 등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교육 당국은 이미 ‘2028대입 개편’을 통해 수능 과목을 통합형 과목 체계로 개편해 선택과목 유불리 현상은 크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해 입학생부터 사회·과학 융합선택을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성취도(A∼E)와 함께 석차 등급(1∼5등급)을 병기해 성적을 산출하는 것도 과목 선택의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학교 밖 교실‘ 시대 열린다…옆 동네 고교도, 대학도 ‘OK’
고교학점제 도입은 ‘종이 울리면 다 같이 한곳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던’ 예전의 교실 풍경 자체를 뒤바꾸게 된다.
대학처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직접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교실의 개념은 학교 밖으로도 확장된다.
듣고 싶은 과목이 ‘내 학교’엔 개설되지 않았다면 옆 동네 다른 고교나 가까운 지역의 대학, 또는 사회기관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른바 ‘공동교육과정 수업’으로, 여기서 이수한 학점도 그대로 인정된다. 대면 수업은 물론 실시간 온라인 수업도 가능한데, 경우에 따라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할 수도 있다.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이 인근 학교나 대학 등에도 없다면 ‘온라인 학교’를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 학교는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을 ‘인터넷 강의’로 제공하고자 별도로 설립된 학교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학교의 법적 근거가 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되자 “고교학점제 안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공동교육과정 및 온라인 학교의 개설 과목은’2022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현재 고1의 경우 학기당 2개 이내로 이수할 수 있다.
다만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산어촌 지역은 시도교육청 판단 하에 3개 과목 이상도 들을 수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공강 시간’을 갖게 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학생마다 과목 선택 상황이 달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인데, 이는 고교학점제의 탄력적 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교육 당국은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강 시간을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참여나 진로·학업 설계 상담 등 개인의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며 “공강 시간 중 이뤄진 활동을 담임 교사가 직접 관찰한 경우 학생부(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기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상민 기자
출처 : 연합뉴스